영화로 세상읽기 ~~~ `광해 - 왕이 된 남자`
지난 5월 14일 서울 왕십리 역 앞은 인산인해의 사람들로 난리가 났었다. 텐트까지 동원된 밤샘
기다림에 파김치가 될 법도 한데, 게이머들은 한정소장판을 구입하기 위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남보다 신제품을 빨리 구입해서 사용해보고 파악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얼리 어댑터라 한다.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중에는 스마트폰을 지칭하는 애플빠를 최고로 치고, 음반, 패션,게임등에
매니아들이 있다. 개봉전 시사회를 자주 찾았던 나는 영화 얼리 어댑터 스타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올해 한국영화에 두 편의 천만관객 영화가 탄생했다. `도둑들`과, `광해 - 왕이 된 남자` 이다.
요즘 눈이 안 좋아서 극장 나들이를 자제하고 있긴 하지만, 대략 840만번째로 `광해`를 봤으니 얼리가
아닌 흐름에 뒤쳐진 레이트(late) 어댑터 영화 관객이 되었지 싶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정치적 의도는 감독이 만드는 게 아니라 시대가 읽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광해 - 왕이 된 남자`에 대한 평들이 다양하다. 새로운 국가
지도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에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천만이 넘게 본 영화에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하는것은 과잉친절 같아서 생략한다.
`광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웃음과 감동과 좋은 정치에 대한 개념정리를 도와주는 웰메이드 사극
영화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 라며 최고 최선의 애민사상을 보여줬던
광해군. 역사학자들은 조세개혁인 대동법을 실시했고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외교로 실리를 취하려
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궁궐 공사등으로 국가 재정이 파탄낸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광해군은 재위 15년에 외교정책을 문제삼은 서인일파의 인조반정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친명배금의 인조는 1636년 병자호란을 당하고 남한산성에서 결사항전을 외쳤지만 두 달만에 삼전도에서
삼배고구도를 올리며 치욕적인 항복을 하였다.
가정이지만 광해군이 계속 재위했다면 병자호란을 피할 수 있었을까? 내 생각은 긍정적이지 않다.
왕과 신하의 관계에서 임금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1623년 3월 13일 1500명의 반정군 그 중에서도
정규군은 700이 넘지 않았는데, 이런 소수의 무리에게 임금이 패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부국강병의 뒷받침 되지않는 외교적 수사만으로 국가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 올해의 한국영화 시장은 개봉 대기중인 기대작까지 포함한다면
사상 최초로 관객 1억명을 돌파하는 최대호황을 예상하고 있다.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가 3.12회로
미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세계 4위로,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 활동으로 영화가 중요하게 자리잡았다.
`광해`는 펙션 사극이라 사실과 허구가 공존한다. 사실만을 강조 한다면 국사책을 앞에 놓고 태정태세
문단세~를 공부하는 것이 낫다.
그렇지만 영화 성립의 기본명제인 광해군일기는 15일치가 정말 사라졌는가? 역사학자들은 허구라고 답한다.
광해와 하선을 열연한 이병헌, 왕 보다 더 왕 같은 그의 연기를 보면서, 가곡 `희망의 나라로`를 불러 보고픈
충동을 가질만큼 열연을 했다. "그게 좀,," 이라면서 모르는척 하면서 다 아는 장광의 표정 연기가 인상 깊었다.
류승룡 한효주 심은경 김인권 김명곤 등 제작에 참여한 모든분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냥 자연스레 놔 뒀으면 좋은 영화로 인구에 회자되지 않았을까.
역대 7번째로 천만관객 영화는 됐지만 시장에서나 봄직한, 쌍둥이 관객이 1장 사면 1장 더, 이름중에 광자
해자가 있으면 1+1, 홈쇼핑에서 일정액 이상 구매하면 티켓 한장 덤이요 등 공짜표를 남발한 것은 좀 그렇다.
울고 울었던 상영이 끝나고 극장문을 나서면서 꼭 보라고 추천한 수많은 관객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광해`에 대한 의미있는 기사가 있어 옮겨 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영화 마지막에) 목례를 올리며 예를 취하는 허균을 향해,
떠나는 배에서 손을 흔들던 하선을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정치세력이 없지만 왕좌에 올라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려다 꿈을 접는 ‘하선’의 모습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추구하는 ‘진심의 정치’의 힘과, 정치세력이 없는 권력의 한계를
영화에서 동시에 엿봤다는 관객들의 평도 있다. 안철수 후보는 “약자를 대하는 지도자의
진정성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했다”는 관람평을 밝히기도 했다.
트위터에선 “백성의 배고픔을 해결하려는 하선의 모습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생각했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겨레신문에서 ~~~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중에서 5년동안 대한민국을 이끌것이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들은 많을 것이다. 폐일언하고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중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
사월이를 들쳐업고 어의를 부르며 달려가는 하선이의 마음을 가지면 될 것이다. 국민의 아픔을 자기 것으로
승화하는 지도자가 될 때, 대한민국은 부강하고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마음이 변하고 있다.
어릴적의 세상사는 빠름에 움직이더니 요즘은 느림의 미학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조금 늦게 만나더라도 따뜻한 울림이 있는 좋은 영화와 함께 하고 싶다.
새록새록 그리움이 묻어나는 이 가을에는 더더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