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세상읽기 --- `명량`
국가의 흥망성쇠를 지리학적 환경 이론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치지리학으로 세계사를 분석하면
대륙과 해양 세력간의 갈등과 충돌의 역사라고 한다. 특히 독일의 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은
우크라이나 터키 한국 등 반도형 국가의 운명은 불확실 하다며 힘이 강할 때에는 도약할 수
있지만 약할 때에는 제압 당한다고 한다.
오 천년 한민족의 역사에서는 도약 보다는 외세의 침략에 위태로운 순간이 더 많았다.
동아시아의 강국으로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와 통일 신라와 함께 남북국 시대를 연 발해를
끝으로 우리 민족은 더 이상 대륙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한반도 내로 국한하게 되었다.
유라시아를 질주했던 몽고의 칩입(1231년), 병자호란(1636년)에서는 개전 두 달만에 삼전도에서
삼배고구도를 하며 청나라에게 항복을 하였다. 또한 대한제국은 경술국치(1910년)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수 많은 절체절명의 국난들을 극복하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였다. 우리 민족의 무엇이 이토록 강인하게 만들었을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200년이상 지속된 내전을 종식하고 일본을 통일한다. 그는 다이묘들이 가지고
있던 막강한 군사력을 외부로 방출시킴으로 국내 안정과 권력 공고화를 도모하려 조선과 명을 치기
위해 1592년 4월 13일 전쟁을 일으킨다. 파죽지세의 왜군은 5월 3일 한양까지 진격하고 선조는 의주로
몽진을 한다. 풍전등화의 조선의 반격은 바다에서 시작된다. 5월 7일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옥포에서의
해전을 승리하며 제해권을 장악하고 보금로를 차단한다. 조선 수군의 맹활약과 전국에서 일어난 의병,
명의 참전 등으로 전황이 불리한 일본은 강화 협상을 벌인다.
임진왜란 6년. 참전을 거부 한다는 누명을 쓰고 삼도 수군통제사에서 파면당한 이순신(최민식)의 고문
받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천하무적 같았던 조선 수군은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한다. 위기의
조선은 이순신을 통제사로 재임명한다. 남아 있는 전선은 12척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빠진 백성들이다. 고독하고 아프고 희망은 찾을 수 없는 암울한 현실. 장군은
1597년 9월 16일 지형적 이점과 치밀한 전략으로 명량에서 13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과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쟁을 시작한다.
삼국지 `위지`편에는 같은 책을 여러번 읽으면 뜻이 통한다는 `독서백편의자현` 이라는 구절이 있다.
한국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흥행 기록과 호평 일색인 영화 `명량` 스펙타클한 해상 전투신과 최민식의
연기가 인상적이였지만, 감동적인 박수를 치기에는 왠지 불편하고 찜찜했다. 김한민 감독의 명량의
의미는 무엇인지, 뜻과 더 많이 통하기를 바라며 재관람을 하였다.
다큐멘타리와 달리 영화는 극의 완성도와 관객의 흥미를 위해 허구적 상황을 삽입한다.
배우 최민식, 정확히 말하면 김한민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성웅 이순신의 모습은 무엇인가?
장군이 사천포에서 왜군을 무찌르고 선조에게 올린 장계 `당포파왜병장`을 보면 전황과 함께 `신은
이미 준비를 마쳤나이다` 라고 적었다. 이 문장이 이순신 장군의 모든 것을 함축한다. 임란 1년 2개월전에
전라좌수사에 부임한 장군은 일본의 침략을 대비해 거북선을 건조하고 수군을 정비한다. 국제정세를
읽는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23전 23승에서 보듯 장군은 이겨 놓고 싸운 선승구전의 위대한
전략가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굳은 신념과 용기만이 장군의 전부인 듯 보인다. 울돌목 절벽에서
심사숙고는 하지만 왠지 좀~. 구루지마(류승룡)의 목을 베는 장면에에서 헐 ~ 아니 이럴수가 ~.
백병전과 충파는 있었는가?
해전의 역사를 보면 함포전이 없었던 고대 및 중세의 해상 전투에는 적선과 충돌해서 파괴하는 `레밍`과
적선에 올라가 백병전을 벌이는 `보딩`이 해전술의 기본이었다.
속도가 빠른 세키부네를 타는 왜군은 배를 붙여서 사다리를 놓고 건너가 벌이는 백병전에 강했다.
난중일기에는 `거제 현령 안위(이승준)의 배에 왜군이 개미처럼 기어 올라가` 라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명량 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사망자는 2명이라 하니, 백병전과 충파는 없었을 듯 하다.
흔들리는 배에서 정밀도가 떨어지는 조총으로 저격할 수 있는가?
왜군 장수 하루(노민우)는 초요기를 세우려는 조선 수군에 백발백중의 저격 솜씨를 발휘하다 오히려 조선
수군의 화살에 당한다. 고구려의 안시성주 양만춘은 당태종의 눈을 맞혀 물리쳤다 하니 광의의 저격이라 할
수 있고, 명량 해전을 다룬 소설 `격류(김경진,중앙엠앤비,2001)에도 저격 장면이 묘사된다. 시도했을
당위성은 충분하다.
며칠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리더십 부재와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과 함께한 교황이 발걸음은 종교를 떠나
많은 감동을 주었다. 공감과 소통의 바람을 불러온 교황은 바티칸으로 돌아갔고, 이제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가야 한다.
올해 인기를 끈 드라마와 영화를 살펴보면.
`정도전`에서 그의 마음 속에는 백성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업이 있었고, `변호인`
에서 송우석은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며 절규를 한다. `명량`에서 장군은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지.` 라고 말한다.
살아온 시대와 환경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마음은, 낮은 곳을 향한 교황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국가는 주권, 국민, 영토로 구성된다. 이 중 한가지라도 침해를 받게 되면 나라 간에 분쟁이 일어난다.
요즘 동아시아가 영토 문제로 시끄럽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두고 중국과 일본, 시사군도는
중국과 베트남, 난사군도는 중국과 필리핀, 북방영토는 일본과 러시아 그리고 대한민국의 고유한 영토 독도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대립하고 있다.
나라 간에 현안을 평등한 관계에서 공평하게 혜택을 주고받는 호혜평등의 국제 관계는 성립할 수 있는가
힘이 뒷받침 없는 외교적 수사만으로 그게 가능할까. 중국 전국시대의 소진과 장의는 최강국 진을 두고 합종
연횡의 외교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한다
구한말 청의 외교관 황쭌셴은 `조선책략`에서 러시아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친중국 결일본 연미국의 수평퍽
연합. 즉 중국 주도의 합종책의 외교 전략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지난달 방한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임진왜란 때 전사(노량해전)한 등자룡을 언급하며 일본에 대한 공조를
제안했다. 신`조선책략`이라 할 수 있는 친중국 반일본 탈미국의 수직적 연합. 즉 중국 주도의 연횡책이다.
한반도를 둘러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의 역학관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대한민국의 선택은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돼가고 있다.
로마의 군사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만 탓 할것이 아니라, 국론통일과 사회통합, 지도층의 도덕성 확립에 의한
국가 경영을 할 때, 장군의 장계처럼 `대한민국은 이미 준비를 마쳤나이다`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이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작년 늦은 가을에 아산 현충사에 다녀왔다. 묵념을 하면서 장군님에게 말씀드렸다.
이순신 장군의 영령이시여! 우리 민족에게 힘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