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네팔 카투만두에서 열린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어느 기자가
최초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경에게 "어떻게 에베레스트를 올라갔느냐" 는 질문을 했었다.
힐러리경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서 올라갔다" 고 대답 했다. 순간 행사장에 모인
참석자들은 감격해 마지 않았다고 한다.
위대한 산악인에게 기대했던 거창한 답변은 아니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산에 오르기를
진정 원했고 그 꿈이 실현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내디뎠다는 그의 겸허한
답변은 위대한 종교의 진리와도 다르지 않을것이다..
그렇지만 힐러리경의 대답에는 엄숙한 다짐과 맹세가 전제돼 있을 것이다.
정상에 오르고 나서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미끄러지지도, 헛디디지도 않고 무사히
하산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굳은 약속 말이다.
그러나 산악인이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숙명의 존재다.
특히 히말라야 8000미터 14좌에서는 ~~
히말라야는 눈을 뜻하는 '히마'와 사는 곳을 나타내는 '알라야'가 합쳐진 말이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히말라야의 거봉들을 보노라면 절로 신성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히말라야를 흔히 '신들의 거처'라고 한다.
히말라야에는 올랐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돌아오지 못하고 신의 품에서 영원히 잠든
수 많은 산악인들이 있다. 영화 '히말라야'는 그 산악인의 이야기이다.
기다려,,, 우리가 꼭 데리러 갈게...
세계 최초로 8000미터급 14좌 + 2 등정 기록을 보유한 엄홍길 대장의 2000년 칸첸중가
등정팀에 박무택 대원이 합류하면서 산사나이의 길을 걷게 된다.
칸첸중가 등정 중에 텐트도 슬리핑 백도 없이 절벽에 메달려 밤을 지새우는 죽음의 비바크를
함께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둘은 어떤 얘기와 무슨 생각을 나누며 운명의 밤을 지샜을까?
그 날 밤의 인연은 2004년 5월 계명대 원정대를 이끌고 초모랑마 등정 후 하산 길에 로프에
매달린 채 사망을 한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러 엄홍길 대장은 휴먼 원정대와 함께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가슴 뜨거운 여정을 시작한다.
1만피트(약 3000미터) 이상의 고지대를 올라가면 일반인의 약 40~50%가 어지러움과 호흡 곤란 등
고산병 증상을 느낀다고 한다. 고도의 훈련과 기술을 지닌 전문 산악인도 8000미터급 봉우리를
오르려면 세 가지 요소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강인한 체력과 불굴의 도전 정신 그리고 날씨다.
특히 요즘에는 온난화에 의한 이상 기후가 성공의 가장 큰 변수가 되었다
8000미터가 넘는 산 중에 처음으로 등반에 성공한 곳은 안나푸르나로 1950년 프랑스의 모리스와
루이가 정상에 올랐다. 두번째는 1953년에 힐러리경이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다.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매스너가 8000미터 14좌를 첫 완등한 이후 총 36명이 완등자가 나왔다
그러나 오은선을 포함한 5명은 논란이 있어서 공식적으로 완등을 했다고 기록된 사람은 전세계에
31명이다.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5명을 배출해서 가장 많은 완등자를 보유하는 성과를 냈다.
박영석(세계 8번째, 최초로 산악 그랜드 슬램 달성, 2011년 안나푸르나에서 실종)
엄홍길(세계 9번째, 얄룽캉과 로체사르 포함 16좌 등정, 엄홍길 휴먼 재단)
환왕용(세계 11번째, 클린 마운틴 운동으로 히말라야 쓰레기 수거 원정)
김재수(세계 27번째. 별명 두 개의 심장, 4년 4개월로 최단기 등반기록)
김창호(세계 31번째, 유색인 최초 무산소 14좌 완등, 기획력 있는 탐험가)
등반의 패러다임이 등정주의에서 등로주의로 바뀜에 따라 요즘은 14좌 완등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찰나같은 그 순간에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하고 히말라야의 별의 된 산악인들도 있다
박영석 지현옥 고미영 박무택 백준호 오희준 이현조 신동민 강기석 장민 등 ,,.
개개인의 사연을 펼쳐 보이고 싶지만 다음 기회에, 그러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박영석 대장의 도전기 만큼은 언젠가 극장에서 만날수 있기를 기대한다.
'히말라야' 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전반부 깔깔 웃다 후반부 흑흑 울다" 로 하고 싶다
한국 영화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라서 식상하다는 소리도 많다.
그러나 휴먼 원정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산악인들의 의리와 우정, 그래서 삶과 죽음의 경계로
동료를 구하기 위해 거침없이 걸어가는 그들의 결정에 숙연한 감동을 받는다.
제작비 120억에 손익 분기점은 420만명, CJ의 강력한 마케팅으로 현재 관객수 677만을
기록했으니 감동과 흥행에 성공했다. 눈이 오지 않은 겨울, 21:9 대형 화면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희말라야로 설경 여행을 떠나봄은 어떠한지.
에드먼드 힐러리경은 그의 자서전인 "모험 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Nothing Venture,
Nothing Win)" 에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도전과 모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엄홍길 대장 또한 산을 오르는 것은 배움이고 수행이기 때문이다.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저마다의 깨달음을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틈만 나면 산에 오른다.'라고 한다.
2016년 새해가 밝았다.
내가 세운 목표가 혹 작아 보일수 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명제는 도전이고 모험이다
올 한해 계획대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전진해서 목표점에 꼭 오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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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 황정민 - 창문넘어 옛 생각이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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