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문이 만난 공연

가정폭력에 관한 연극 --- `그집 여자`

내일은으하하 2013. 2. 24. 15:28



 

연극이란 무엇인가

무대위의 배우가 극작가의 희곡(대사 지문 해설)을 노래, 춤, 연기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몰입과 감동의 크기는 배우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배우가 연극의 핵심이라 하겠다.

객석의 관객은 무대가 만들어지면 감동을 표출하고 불만을 토로하며 적극적으로 극에 참여한다.

호응도 높은 관객들의 반응은 무대에 전달돼 극의 완성도에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선순환을 부른다.


연극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 텍스트로 문학작품이 주류이지만, 요즘은 사회 문제를 조명하는

실험극 성격이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띈다.

배우자의 폭력으로 인해 심각한 불안과 공포, 우울증 등의 휴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법원 `2012 사법연감`에 따르면 가정폭력 가해자 826명 중 619명이 배우자에게 폭력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고, 2010년 여성가족부의 `전국 가정폭력 실태`에서는 부부간의 폭력이 53,8%에 달하며,

그 중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경우가 81,9%라고 조사됐다. 이혼전문법률사무소에 이혼상담 의뢰를

분석해 보면 30~40대는 배우자의 외도가, 50~60대는 배우자의 가정폭력, 20대와 70대는 경제적인

문제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을 주제로 한 연극 "그집 여자"를 소개한다.


왼쪽은 여자역의 이지하,      오른쪽은 시어머니역의 박혜진 배우. (사진 = 강일중)

 

"그집 여자"의 줄거리이다.

여느 집들처럼 소박하고 평범한 가정집

하나뿐인 손자와 떠날 여행에 한껏 들뜬 시어머니는 여행 준비에 한창이다.

그리고 `여자`는 꼼꼼히 시어머니의 채비를 돕는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는 `여자`에게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대화 도중 `여자`의 계획을 눈치챈다.

시어머니는 여행 출발을 자꾸만 미루면서 대화를 시도하고

대화 속에 숨겨진 두 여자의 현재가 뒤섞이면서 가장폭력이라는 공통적인 상처도 드러난다.

`여자`의 남편이 집에 곧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여자`의 생각을 바꾸려는 시어머니와

시어머니를 설득하려는 `여자`에게 결국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상한 김새를 눈치챈 시어머니는 수련회 출발을 미루고,,,      (사진 = 강일중)

 

작품은 두 가지 얘기를 한다. 하나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폭력 그 자체. 다른 하나는 가정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방관이다. 사람들은 극 중 인물인 여자가 얘기하듯 '그 집 여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실제 여자가 폭력 남편의 희생자가 되는 순간에는 아무도 '그 집의 가정 내부 일'에 끼어들려 하지 않는다.

자기중심적인 현대인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무관심과 방관은, 실체는 없고 이론만 있는 고착화된 세간의

평판들을 신봉하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폐일언하고 가정폭력 근절 대책은 무엇인가?   심각한 질문인데 비해 해답은 교과서적이다.

가정폭력은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사랑의 매’라는 억측도 있을 수 없다. 가정폭력은 분명 사회적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야말로 본인은 물론 자녀의 미래를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무대에서 배우의 열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감동에 화답한다.

그리고 불이 꺼진 객석을 뒤로하고 동행과 함께 공연 여운을 나누며 귀가를 서두른다.


그런데 이번 "그집 여자"는 특별했다. 기획사의 주선으로 배우와 관객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었다.

대학로의 주점에서 치킨 골뱅이 파전 홍합탕을 앞에 두고 호연을 보여준 박혜진, 이지하 배우

연출을 맡은 박혜선님과 공연에 대한 마음들을 나눈 의미있는 시간이였다.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것은 공연중에 성경을 암송하는 대사가 있었다.

`어느 구절입니까` 질문을 하니 `욥기 3장 말씀`이라고 한다. 끊임없는 고통에 희망을 잃어버린 욥은

절규한다. `나에게는 평온도 없고 안일도 없고 휴식도 없고 다만 불안만이 있구나 (욥: 3 - 26)

대본을 보고 박혜진 배우가 삽입 아이디어를 냈고 이지하 배우는 크리스찬이 아닌데도 욥의 마음처럼

절망감을 잘 표현했다.

 

          

                         스텝             이지하 배우,       박혜진 배우  

 

나이가 들수록 공연을 선택하는 기준이 밝고 맑고 아름다운 주제로 마음이 움직인다.

이번 "그집 여자" 관람은 잘못된 선택였다고 할 정도로 이지하 배우의 어둡고 무거운 암울함에 편치

않았다. 배우와의 대화 시간에서 그녀의 환한 미소를 보는 순간 현실 상황이 아닌 감정이입된 좋은

연기를 접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사진도 당당하게 찍고 깊이있는 질문도 하고 싶었지만 소심하고 어리숙해서 아쉬움이 많다.

2인극으로 열연을 한 박혜진 이지하 배우님 다음에 좋은 공연장에서 반갑게 뵙겠습니다.

 

 공연 팸플릿에  박해진,     이지하 배우의 사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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