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 예상은 예전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을 했었지만 이젠 아니다.
될 만한 영화를 밀어주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으로 개봉 첫날에 성공-실패가 결정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관객이 선택하는 영화에 더 많은 상영관을 배정하는게 당연하다'는 논리와 '관객의 선택 기회조차
빼앗는 상영관 몰아주기는 부당하다'는 입장으로 나눠지고 있지만, 한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점유율
30%를 넘지않은 것이 적정하다는 쪽으로 공론이 모아지고 있다.
역대 최고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렀던 '아메리칸 캡틴:시빌워'(4월27일)의 흥행 광풍은 대단했다.
개봉 첫날 신기록인 72만명의 관객, 4월 30일에 상영된 총 84편이 영화 중에 '시빌워'가 1,990개의
스크린에서 역대 최고기록인 10,336회(점유율68.2%)를 상영하여 114만명을 동원했다. 천만관객 돌파는
시간 문제처럼 보였지만 뒷힘 부족으로(현재867만명) 어려워 보인다. 스크린 독식이 흥행의 절대공식은
아니다. 요즘 관객들의 수준도 높아져서 좋은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꾸준한 인기를 얻는다.
영화 시장은 스크린 독과점 현상으로 점점 대박과 쪽박 영화로 나눠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월 17일에 개봉해서 지금도 상영하고 있는 `주토피아`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적은 스크린(735개)으로 4개월째 롱런하며 호평속에 중박 흥행인 470만명(현재4위)를 달성했다.
상영 과정을 보면, 첫날은 '데드풀', '검사외전', '좋아해줘'에 이어 4위로 불안한 출발을 했다. 3.1절을
앞두고 개봉한 '귀향'이 강세에 2 ~ 5위를 전전, 드디어 3월 12일 대망의 1위 자리에 올랐지만, 3월 24일
'배트맨 대 슈퍼맨' 공세에 다시 ~, 4월 5일에 1위를 재탈환을 했지만 2일천하를 하고, '날 보러와요'에게
밀린다. 영화관에서 1달을 넘기는 것도 쉽지않은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이 `주토피아`를 이렇게 대단하게
만들었을까?
영화의 줄거리는
화려하고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지니고 있으며,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다양하고 교양있는
동물들의 대도시 주토피아에 연쇄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해결을 해야만 하는 의욕만 앞선 신참 경찰
토끼 주디 홉스가 숨 쉬는거 빼고 다 거짓말인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와 함께 48시간 안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꿈과 희망을 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답게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으로 깔끔하게 사건을 처리한다.
주토피아는 주(Zoo)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다.
영국의 작가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쓴 정치적 공상소설인 "유토피아"에서 '참된 공공성의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도시국가 유토피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utopia는 그리스어의
'아니다'(ou) 와 '장소'(topos)를 합성해 만든 것으로 '아무데도 없는(nowhere)의 의미이다. 즉 유토피아는
'현실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이름도 거창한 주토피아, 그러나 그곳에도 차별과 편견과 풍자가 있다.
주인공인 토끼 주디는 세상을 바꾸는 경찰이 되고 싶어한다. 그런 주디를 가장 먼저 반대한 것은 다름아닌
부모다. 토끼가 경찰이 되는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당근 농사나 함께 지으며 행복하게 살자고 만류한다.
15년 후 경찰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최초의 토끼 경찰관이 된 주디, 세상을 바꿀 기회를 얻었다며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주토피아 경찰서에 들어섰지만 그에게 배당된 임무는 차별과 무시의 산물인 불법 주차단속이다.
닉 역시 남을 잘 속이는 (극 중에서 한 대 때려고 싶을 정도로 얍삽한 사기를 침) 여우라는 종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사건 해결에 앞장서는 정의감과 진심을 가진 닉으로 변한다.
동물들의 주요 케릭터는 사자는 시장, 물소는 경찰서장, 코뿔소는 경찰관, 쥐는 조폭보스, 북극곰은 보디가드,
나무늘보는 공무원, 가젤은 톱스타, 호랑이는 백댄서, 반전은 선량함이 대명사인 양이 최고의 악당으로 나온다.
'유토피아'에는 16세기 인클로저 운동(모직물 공업이 발달로 양털 값이 폭등하자 지주들이 농경지를 양을
방목하는 목장으로 만듬)으로 도시로 쫒겨나는 영세농을 보면서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하며 가난과
수탈에 찌든 현실을 비판한다. 지나친 억측같지만 주토피아에서 양이 악당으로 분한 이유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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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에는 영화의 감동을 배가 시키는 멋진 주제곡이 있다.
꿈과 희망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모든 노력을 다하자는 의미의 샤키라(Sakira)가 부른 'Try Everything'이다.
아랍어로 감사함을 뜻하는 샤키라의 다재다능함 또한 노력의 결과물 일 것이다.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 안무가,
모델 등에서 최고의 활동을 했다. 아시아에서는 인기가 덜 하지만 샤키라는 세계적인 가수이다. 앨범 판매량
5,000만장은 라틴 아메리카 여자 가수 사상 두번째로 많이 판매된 기록이고, 2010 남아공 월드컵 공식 주제가인
Waka Waka(This Time for Africa)는 최고의 월드컵 주제가로 꼽힌다.. 또한 공식 아이큐 140이 넘는 두뇌는 언어
능력도 발군이다. 스페인어, 영어, 포르투칼어를 사용하며,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 아랍어를 구사한다.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선 사업에서 나타난다. 2006년 라틴아메리카실천연합(ALAS)을 설립하여
최빈곤층 아동들을 돕기 위한 콘서트 개최 및 2억 달러 이상을 기금 모금 하였다.
I messed up to tonight (난 오늘밤을 망쳐버렸어)
I lost another fight (난 또 다른 싸움에서 졌어)
I still mess up but I'll just start again (난 여전히 엉망이지만 다시 시작 할거야)
~~
Bird's don't just fly, they fall down and get up (새들은 그냥 나는게 아냐, 떨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거야)
Nobody learns without getting it wrong (누구도 실패하지 않고는 배울 수 없어)
~~
No I won't leaue, I wanna try everything (난 떠나지 않을 거야, 난 모든 것을 해보고 싶어)
I wanna try even though I could fail (비록 내가 실패한다 해도 난 해보고 싶어)
~~
Try Everything (모든 노력을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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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출간 5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아무데도 없는'(nowhere)의 이상국가인 유토피아가, 혹시 '어느곳에는 있는'(somewhere)의 현실적 최적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헬조선(지옥불반도)과 수서 계급론이라는 단어가 낮설지 않게 되었다. 교과서는
우리에게 무한한 능력의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고 제시하지만, 불합리함과 부조리한 현실에 절망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단어다.
노력도 안하는 패배주의자들과 낙오자들의 이유없는 외침이라고 폄하하면 그건 본질의 왜곡이다. 현 젊은 세대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누구보다도 죽을 만큼 노력한 세대이며, 동시에 그만한 대가를 가장 받지 못하는 세대이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진정으로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는 꿈들이 실현되는 사회, 즉 우리의 유토피아는
행복과 안녕, 자유와 평등을 향한 우리의 희망과 실천에 달려있다. 이러한 대한민국을 꿈꾼다.
`주토피아`에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현상을 은유적으로 풍자한다.
그렇지만 그런 의미부여 없이 가볍게 봐도 정말 유쾌상쾌통쾌한 영화이다.
http://blog.naver.com/mrhill/22072761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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